누구나 한 번쯤은, 정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 나를 속이고, 배신하고, 험담하고, 모욕을 주고, 내 존재 자체를 무시했던 그 사람.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생각만 해도 속이 뒤틀린다. 억울함, 분노, 미움, 복수심이 뒤엉켜 머리와 가슴을 짓누른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종종 나도 모르게 삶의 방향을 바꾼다. 더는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상처 주는 사람이 되기도 하며, 결국 '착하게 살면 바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가장 나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걸까? 아니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힘이 그 안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직장에서 동료에게 철저히 배신당했다. 자신이 오랜 시간 준비한 프로젝트를 동료가 가로채 상사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발표했고, 그 덕에 그는 승진했고 그녀는 팀에서 밀려났다. 억울했지만 항변할 수 없었고, 주변에서는 다들 모른 척했다. 복잡한 조직의 역학 속에서 그녀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일에 대한 열정도 사라졌으며,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는 사실만 더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 자신을 배신한 그 동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도와준 것이다.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었고,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그 사람이 필요했던 기술적인 지원을 해주었고, 다시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미쳤냐고, 자존심도 없느냐고. 하지만 그녀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저 한 가지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저 사람처럼 되지 않을 거야."
가장 나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한 순간, 그녀는 더 이상 그 사람의 악의에 갇히지 않았다. 미움은 마음을 잡아끄는 사슬과 같다. 복수심은 언뜻 통쾌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계속 붙잡아두는 행위다. 나쁜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으로도 사람을 해치지만, 그보다 더 깊이 해치는 건, 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자신의 본성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저런 사람한테 잘해줄 필요 없어"라는 생각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점점 냉소적이고 무정한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누군가 나쁜 짓을 했을 때,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그 사람보다 더 강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것은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감정과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강력한 선택이다.
가장 나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상대를 위해 내가 착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묘한 방식으로 나를 다시 회복시킨다. 상처받은 자리에서 더 단단해지고, 누군가의 악의에 무너지지 않음으로써 더 자유로워진다.
또한 이 선택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단정 짓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더 쉽게 흔들리고, 뜻밖의 행동에 약하다. 당신의 선한 선택 하나가, 누구의 마음속 죄책감을 건드릴 수도 있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 수도 있다.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없고, 단지 그 변화의 시작점이 없을 뿐이다. 당신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엄청난 가능성이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현실은 냉정하고, 착한 선택이 오히려 이용당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용당했더라도 내가 선택한 방향이 진실되었다면, 그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실패조차도 나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는 경험은 어떤 결과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것이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행동일지라도, 나 스스로가 나를 존경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외적 성공에 집착한다. 결과, 평가, 순위, 인지도.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어떤 사람이 되는가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어떤 가치로 사람을 대할 것인지, 그것이 나의 삶 전체를 규정짓는다. 가장 나쁜 사람에게도 가장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진짜 강자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는 사회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어느 순간 세상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떠올리는 그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의 마음이 지쳐 있든, 혹은 이미 지워버렸다고 믿고 있든, 다시 한번 물어보자.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결국 그 선택이, 그 사람을 이기는 길이자, 나를 지키는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에게도 가장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다. 당신은 이미 이긴 것이다.